AI 고용쇼크, 해고보다 신입 채용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
AI 고용쇼크, 해고보다 신입 채용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하면 대개 사무실이 한꺼번에 비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런데 매경ECONOMY 제2378호에 실린 고용 이야기를 읽어 보면 그림이 조금 다르다. 지금으로서는 AI 때문에 대규모 해고가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국제노동기구(ILO)도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보다 직무와 업무 내용이 바뀔 가능성을 더 크게 본다. 대신 먼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모이는 곳은 청년이 사회에 처음 발을 들이는 자리, 곧 신입사원이 들어갈 문이다.
신입이 맡던 초급 업무, AI가 먼저 대신할 수 있다
신입 시절에 주로 맡는 업무를 떠올려 보면 자료 조사, 문서 작성, 단순 분석 같은 일이 많다. 이제는 AI가 이런 초급 업무를 빠르게 처리한다. 그만큼 기업이 경력 없는 청년을 뽑아 일을 가르칠 동기도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직원을 내보내지 않더라도 새로 들어올 자리가 줄어드는 방식으로 충격이 퍼질 수 있다.
ILO는 생성형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직군으로 사무·행정직을 꼽았다. 여기서 노출도는 생성형 AI가 관여하거나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비중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OECD는 청년 취업 여건이 나빠진 흐름이 생성형 AI가 퍼지기 전부터 시작됐다고 보면서도, 청년들이 초급 일자리를 두고 AI와 경쟁하게 될 가능성에는 주목했다.
한국 청년 일자리, 감원보다 '덜 뽑는' 쪽으로 영향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변화의 방향을 짐작하게 하는 신호가 일부 보인다. OECD의 한국 노동시장 분석을 보면, AI를 도입한 국내 기업 가운데 56.5%가 기존 일자리의 업무 일부를 AI가 맡게 됐다고 답했다. 업무에 필요한 숙련 수준이 높아졌다는 응답도 38.3%였다.
고용보험 자료를 들여다본 분석도 있다. 대상 기간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이고, 결과가 드러난 쪽은 39세 이하였다. 이 연령대에서는 전통적 AI 노출도가 높은 영역일수록 정규직·상용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뎠고, 그 연관성은 통계로도 확인됐다. 한국은 기존 직원을 내보내기가 쉽지 않은 노동시장이다. 이 결과를 보면, AI를 들여 사람이 덜 필요해질 때 그 여파가 감원보다 신규 채용을 줄이는 쪽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왜 나오는지 짐작이 간다.
국가데이터처의 '8월 고용동향'에서 청년층 취업자는 14만3000명 줄어 46개월째 감소했다. 앞서 본 OECD의 단서처럼 청년 고용 악화에는 AI 이전부터 이어진 요인이 있어, 이 숫자를 AI의 영향으로 곧바로 읽기는 어렵다. 그래도 신입 채용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와 나란히 놓고 볼 만하다.
전체 고용은 버텨도 인력 구성은 달라질 수 있다
햄폴 예일대 교수 등이 2010~2023년 미국 기업의 직무별 AI 노출도를 추적해 보니, 고용 총량만 놓고 보면 큰 감소는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안쪽을 들여다보면 그림이 단순하지 않다. AI에 많이 노출된 업무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사람을 찾는 수요가 줄었다. 이 감소분을 메운 것은 생산성이었다.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오르자 다른 직무에서 일손 수요가 늘었고, 그 증가가 줄어든 몫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겉으로 보이는 고용 총량이 유지되더라도 기업이 원하는 사람의 종류는 달라질 수 있다. 더 큰 걱정은 AI가 특정 직무를 없애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기업이 사람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성장하는 '고용 없는 성장' 모델로 옮겨 갈 수 있다는 데 있다.
파이는 커져도 몫과 자리는 따로 움직일 수 있다
여기에 AI가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7월 AI 사용 데이터를 토대로 그 편익이 어디로 가는지 살폈는데, 대부분 나라에서 고임금 직종 쪽에 몰려 있었다. 편익의 규모 자체는 작지 않다. AI 덕분에 아끼는 노동시간을 임금으로 환산하면 한 해 2조7000억달러로, 분석에 포함된 86개국의 GDP를 모두 더한 값의 3.4%가량이다. 생산성이라는 파이는 커져도, 그 몫이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국내 전망도 생산성 상승과 고용 조정 압력을 함께 짚는다. KDI 남창우 선임연구위원의 전망이 그렇다. 향후 10년간 AI 확산이 한국 경제의 총요소생산성을 1.5~3.5% 높일 수 있지만, 전문가·사무·판매직 등에서는 고용 조정 압력이 커질 것으로 봤다.
정리: AI 일자리 변화, 신입 채용 문도 함께 봐야 한다
AI가 고용에 주는 충격은 아직 대규모 해고로 확인되지 않았고, 미국 연구에서도 전체 고용 감소는 크지 않았다. 청년 고용 악화 역시 AI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신입이 맡던 초급 업무를 AI가 처리하게 되면서, 변화가 드러난다면 해고 소식보다 채용 문이 좁아지는 쪽에서 먼저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여러 분석에서 겹친다. 그래서 일자리 숫자 자체와 함께, 누가 새로 들어올 수 있는지와 늘어난 생산성의 몫이 어디로 가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고 자료
- 매경ECONOMY 제2378호, 「어느새 현실로 'AI 디스토피아' — 일하고, 해킹하고, 판단까지 AI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