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꺾고 잡초와 산다 — 개인 투자자가 빠지는 손실 회피 심리
1만 원에 산 주식이 1만 3천 원까지 올랐다. 30%를 벌었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계산을 하는 사이 주가는 1만 2천 원으로 내려온다. 산 가격보다 여전히 2천 원 높은데도 선뜻 팔지 못한다.
유튜브 채널 지식한상의 '돈크라테스' EP.37에서 김학균 센터장이 든 예를 옮겼다. 이 영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물린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에서 출발한다. 다만 이 글은 두 종목의 전망을 다루지 않고, 대화 후반부에 나온 질문 하나만 따라간다. 개인 투자자는 왜 같은 방식으로 돈을 잃을까?
1만 2천 원에 못 파는 이유, 심리적 회계
김 센터장은 이 장면을 심리적 회계로 설명한다. 주가가 1만 3천 원을 찍는 순간, 마음속 원금도 1만 3천 원으로 바뀐다. 실제로 낸 돈은 1만 원이지만, 1만 3천 원을 기준으로 삼으니 1만 2천 원은 손실인 가격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주식은 올라도 걱정거리가 된다.
손실 회피가 만드는 '비자발적 장기 투자'
주가가 산 가격 아래로 떨어졌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손절을 고민하는 사이 가격이 계속 내려가기도 한다. 그는 그 원인으로 손실 회피 심리를 꼽는다. 사람은 버는 것보다 손해 보는 것에 거부감이 훨씬 크다. 10%를 기대할 수 있어도 똑같이 10%를 잃을 수 있는 대안이라면 잘 선택하지 않는다.
이 거부감은 돈을 벌 기회를 놓치게 할 뿐 아니라 투자자를 원치 않는 보유로 몰아넣는다. 그는 이를 '비자발적인 장기 투자'라고 부른다. 오래 들고 가기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손실을 확정하기 싫어서 팔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낸다.
꽃은 꺾고 잡초와 사는 보유 습관
주가가 오르는 동안에는 오히려 상당히 빨리 파는 경향도 있다. 이익을 확정하려고 20~30% 벌었을 때 일단 팔고, 은행 이자보다 낫다며 만족한다. 그 한 번의 매도는 잘한 일일 수 있다. 문제는 이 습관이 투자 기간 전체에 쌓일 때 드러난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면 오르는 주식은 짧게 보유하고, 떨어지는 주식은 오래 보유하게 된다. 김 센터장의 비유를 빌리면 꽃은 빨리 꺾어 버리고 잡초와 투자 인생을 함께한다. 이런 패턴으로는 아무리 해도 돈을 벌기 어렵다고 그는 말한다.
상대적 박탈감이 고점 매수로 이어지기 쉬운 이유
기준이 없으면 비싸게 사기도 쉽다. 주가가 오르는 국면에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늘 반복된다. 김 센터장이 드는 이유 하나는 올라가면 더 올라갈 것 같다는 인지 편향이다.
또 하나는 흔히 말하는 탐욕과 조금 다르다. 그는 이를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한다. 주변은 돈을 버는데 나만 못 번다는 느낌이 사람들을 움직이고, 그 집단적인 움직임은 고점에 상당히 가까운 구간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직후 주가가 오를 때 나온 '벼락 거지'라는 말에도 부를 쌓는 대열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집단적 불안이 담겨 있다고 그는 본다.
초심자의 행운이 위험한 이유
대부분은 주가가 오를 때 투자를 시작한다. 정확히 고점에 사지 않았다면 산 뒤에 조금은 오르기 마련이고, 그러면 자신에게 자질이 있다고 믿기 쉽다. 한두 번 성공할수록 자기 강화가 생겨 더 많은 돈을 쏟아붓게 되고, 무리한 포지션은 결국 어려움으로 돌아온다.
돈을 벌고 있는데 그만둘 사람은 없다. 그래서 김 센터장은 주식 투자를 극단적으로 망해야만 끝낼 수 있는 게임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표현대로 곱하기 0이 나오면 절대 안 되는 게임에서는 안 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을 이기는 대신 투자 기준을 세운다
김 센터장이 먼저 권하는 것은 우리 마음이 그럴 수 있다는 점과 내 장밋빛 경로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일이다. 그 위에서 영상의 조언을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적정 가치에 대한 내 기준 세우기: 내 판단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전망일 뿐이다. 그래도 기준이 있어야 상황에 맞춰 전망을 고칠 수 있다.
- 아는 것만 하기: 모르는 것을 하지 않는 선택은 방관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사 결정이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주가 지수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길도 있다.
- 시세 보는 시간 줄이기: 장이 열렸을 때 시세를 열심히 보는 것은 투자가 아니다. 그 시간은 줄일수록 좋고, 시세보다 책과 공부에 시간을 쓰는 편이 낫다.
- 틀렸으면 청산하기: 내 판단이 틀렸다고 확인되면 포지션을 정리해야 한다. 기준이 있어야 이 결정도 내릴 수 있다.
조급함을 다스릴 때는 이 말을 떠올려 볼 만하다. "투자의 기회는 버스와 같아요. 지나가면 또 온다고 생각해요." 그는 사람들이 무리하게 달려드는 이유를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절박함에서 찾는다. 기회가 다시 온다고 생각하면 그 기회가 왔을 때 잘 잡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참고 영상: “삼전닉스 계속 버텨도 될까?” 투자자들이 놓치는 결정적 신호ㅣ돈크라테스 EP.37 (지식한상)
※ 본 글은 유튜브 영상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정보 제공용 콘텐츠이며, 투자 조언이나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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